영화 〈호프〉 리뷰: 직접 관람 후 판단하길 추천하는 화제작

오늘 소개할 작품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입니다.

현재 관객들 사이에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문제작이죠.

자신의 관점만이 정답이라 여기며, 그 기준으로 타인의 생각을 틀렸다고 단정하는 이들이 유난히 많은 시대입니다. 열린 결말과 다층적 해석이 가능한 이 영화는, 그런 사회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촉매제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솔직히 저는 이런 상황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영화를 관람한 뒤 긍정적 평가를 남길 수도, 부정적 후기를 쓸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유독 한국에서는 타인의 감상까지 통제하려 드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호프〉는 바로 지금의 한국 사회에 던지기 적절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 소개 및 기본 정보

〈호프〉는 나홍진 감독의 최신작으로, SF·액션·스릴러 장르를 아우릅니다. 제7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으며, 개봉 후에는 “전례 없는 영화적 시도”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러닝타임은 156분이고,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이 주연으로 출연합니다.

작품의 시놉시스를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마지막 문장이 관람 태도를 암시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봅니다. 무지에서 출발한 작은 오해가 각자의 입장을 거치며 통제 불능으로 번진다는 것. 소 한 마리의 죽음에서 시작된 불씨가 결국 지구 파괴까지 이어진다는 것. 시놉시스는 이미 영화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황해〉, 〈곡성〉, 〈호프〉의 상영 시간이 모두 156분으로 일치한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본인도 모르고 있다가 조감독에게 전해 듣고 놀랐다며,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그는 러닝타임에 대해 “짧으면 돈 아깝던데”라는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저 역시 많은 영화를 접하다 보니, 요즘은 2시간대 작품이면 적당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나홍진 감독은 후반 작업 기간 동안 천 번 이상 작품을 점검했으며, 국내 개봉 직전까지도 초 단위 수정을 이어갔다고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너무 힘들다. 미칠 것 같다. 작업량이 어마어마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말도 안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렇게까지 공감을 구하는 감독은 처음 봅니다. 진정성 있게 작품으로만 말하시길;;;

관람 후기

각본의 실험성

솔직히 초반부는 다소 혼란스러웠습니다. 각본을 학생이 쓴 건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현실성을 논하는 것도 아이러니하지만) 저런 압도적 존재를 실제로 마주친다면 사람은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을 겁니다. 대사가 완전히 소실되거나, 욕설만 되풀이되겠죠.

제가 직접 만들엇어요

반면 조르와 마베이요가 주고받는 대화는 ‘영화적’입니다.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접하는 가공된 각본의 문체 말입니다. 생각해봅시다. 조르가 전자와 같은 투의 대사를 했다면, 모든 이들이 “대사 퀄리티가 왜 이래?”라며 비판했을 겁니다. 이렇게 언어 체계가 무너지는 인간들의 대화와, 외계인들의 격조 있는 대화가 대조되는 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관객들은 영화적으로 다듬어진 대화에 익숙합니다. 이러한 연출이 (의도적이었다면) 지나치게 실험적이어서 관객 사이에서 평가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가공된 외계인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무너진 인간의 언어가 낯설게 다가올 수 있으니까요.

촬영과 시퀀스 구성

촬영 감독은 홍경표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마더〉, 〈곡성〉, 〈기생충〉을 담당했으며, 최근작 〈하얼빈〉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까지 수상하며 다시금 역량을 입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얼빈〉을 볼 때는 작품 자체에 비해 촬영이 과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유명한 빙판 시퀀스조차 “오, 잘 찍었네” 정도의 인상이었죠. 반면 〈호프〉에서 백마를 타고 질주하며 조인성을 낚아채는 장면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아무리 촬영이 훌륭해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연출이 없으면 겉돌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호프〉는 촬영과 연출이 서로를 완벽하게 끌어올린 사례라고 봅니다.

전체적으로 로우 앵글로 피사체를 포착하고 그 위로 하늘과 태양을 함께 담는 구도가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태양광을 활용해 해가 지는 흐름으로 시간 경과를 표현한 연출이 눈에 띄었습니다. 중간에 노을 지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 아름답게 담아내서 해가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할 줄 알았습니다. 〈씨너스〉처럼 말이죠.

시퀀스 구성도 훌륭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장면의 피사체가 인간인지 외계인인지, 공간이 마을인지 숲인지 도로인지에 따라 액션에 변주가 들어간 것이 탁월했습니다. 156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면, 바로 이런 연출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지에서 출발한 믿음의 구조

이 영화는 지속적으로 소문과 상상을 통해서만 존재를 전달합니다.

호랑이에 대한 믿음

도로에 쓰러져 있던 황소 사체에서 거대한 상처를 발견한 범석 일행은 원인을 추측하다가, 일행 중 한 명의 “해술 아저씨가 그랬다”는 한마디로 호랑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예고편을 통해 외계인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던 관객들은 원인을 파악한 상태로 해당 장면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의 상태입니다. 그저 호랑이라는 믿음만 있을 뿐이죠. (범석에게만 해당하는 믿음이긴 합니다.)

예고편에서 외계인의 모습을 전부 공개한 것은 아쉬웠지만, 이는 영화 내 서프라이즈는 포기하고 영화 밖에서 시작되는 서스펜스를 택한 것이라 좋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예고편을 보지 않아서 더욱 흥미진진하게 서스펜스 스릴러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해술 아저씨의 증언에 대한 믿음

해술 아저씨는 숲에서 괴물 세 마리를 목격했고, 그것들이 동굴로 들어가 곰과 격렬하게 싸우는 걸 봤다고 말합니다. 성애는 진술이 구체적이라는 이유로 이를 사실로 받아들였고, 실제로 성기 일행이 숲에서 땅에 묻힌 곰의 머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또한 해술 아저씨의 증언을 들을 때 화면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생김새가 전부 바미기르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이는 성애의 상상에서 비롯된 이미지로 보입니다. 여기서 외계인이 3명인지 4명인지도 불명확했는데, 아마 그중 하나(마베이요)가 변신 능력을 가진 개체라 혼동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신뢰할 수 없습니다. 성애와 관객들은 직접 확인하지 않고도 해술 아저씨의 진술을 그대로 수용해 믿어버립니다. 해술 아저씨가 봤다는 동굴이 정말 곰의 서식지였을까요? 혹은 우주선의 입구였던 건 아닐까요? 그것들이 정말 곰과 싸웠을까요? 혹은 내부 분열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바미기르가 마을로 내려온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은 아닐까요?

여기서부터는 여러분의 상상력에 맡기겠습니다. 저는 극도로 S 성향이라 더 이상 상상이 안 되네요.

양배의 증언에 대한 믿음

범석은 이미 거대하고 갈색에 가까운 괴물, 즉 바미기르를 목격한 상태였기 때문에, 키가 작고 초록빛이며 총 한 발에 죽었다는 양배의 증언을 처음엔 허튼소리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양배가 실제로 냉동고에서 시체를 꺼내 보여주자, 범석은 그것이 외계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범석은 손가락 개수, 다리 구조 등을 근거로 이 개체를 바미기르의 자식이라 판단하고, 바미기르는 자식을 찾으러 마을로 내려온 것이라는 잘못된 추측을 하며 여전히 무지의 상태에 머물게 됩니다. 그러나 조르의 외형을 본 관객들은, 범석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습니다.

영화 내내 인간은, 그리고 관객은 말을 통해서만 존재를 전해 듣고 상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믿는 순간, 그 믿음 자체가 증거가 되어버립니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는 조르의 대사가 이 지점에서 정확히 들어맞습니다.

이런 태도는 엔딩까지 이어집니다. 관객은 함선이 왜 추락했는지, 쿠얼이 누구인지 끝내 알지 못한 채 엔딩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저 마베이요와 조르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짐작하고, 그것이 사실이라 믿을 뿐입니다.

인물 서사의 절제미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인물 개개인의 서사를 제한했다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SF 작품에는 신파나 로맨스가 개입되기 마련인데, 〈호프〉는 그런 서사 없이 오직 외계인 vs 지구인이라는 구도 하나만으로 끝까지 질주합니다.

누군가 죽어 있는 걸 보고 이름을 부르며 슬퍼하는 순간에도, 앞서는 감정은 슬픔보다는 공포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누가 내 눈앞에서 죽으면, 그 사람을 잃은 슬픔보다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먼저 덮치지 않을까요. 영화는 그걸 정확히 인지하고, 슬픔 대신 공포를 강조하는 쪽을 선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러한 절제 덕분에 답답한 인물도, 평면적으로 소비되는 인물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엔딩… 그리고 후속편 가능성?

엔딩에서 인간들은 도망치느라 입을 다물고, 대화도 끊깁니다. 반대로 외계인들은 대화를 시작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듯 보입니다. 이쯤부터 외계인의 대사에 자막이 붙기 시작하는데, 이 자막이 인간과 외계인의 위치가 주객전도된 듯한 인상을 줍니다. 후속편이 나온다면, 외계인의 시점이 중심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종합 평가

호프 (★ 3.5)

제게 〈호프〉는 코미디였습니다. 거대한 외계인들은 그냥 터벅터벅 걸어와 그윽한 눈빛으로 인간을 저 멀리 날려버리는 반면, 인간은 “지구인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면서 악을 쓰고 욕설을 퍼부으며 총을 난사합니다. 외계인 입장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고 우습게 보였을까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만큼 여러분이 직접 관람하고 판단하시길 바라는 영화입니다. 영화 내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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